[outlook] 14세기 직지가 보여준 세상…인쇄 통한 정보 민주화의 역사

2023-04-11 111

지난 13일 연이은 시위와 파업이 벌어지고 있는 프랑스 파리, 날씨도 쌀쌀해서 두꺼운 외투에 목도리까지 한 사람들을 스치면서도 내 발걸음이 가벼웠던 건 특별한 전시회를 보러 국립도서관(BnF)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.
 
“‘1450년대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했다’라고 너도나도 학창시절에 배웠다. 하지만 이 표현에는 여러 가지 뉘앙스가 보태진다. 왜냐하면 아시아(중국, 한국, 일본)에서는 7세기 때부터 벌써 인쇄술이 나타났고 (…) 금속활자로 인쇄된 책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직지(1377년 한국)이고, 유럽의 첫 금속활자 책은 구텐베르크의 성서(1455년 독일)다.”
 
전시회 설명의 한 구절이다. 한국의 자랑인 ‘직지심체요절’(直指心體要節·이하 직지)이 50년 만에 대중에게 소개되고 있다. 파리의 대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내가 또 한 번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리라는, 지극히 한국적인 감상을 안고 도서관에 도착했다. 전시회가 시작된 지 이틀밖에 안 됐고, 개관시간에 맞춰 서둘렀던 터라 전시관은 한가했다. 사실은 그게 목적이었다. 헐렁한 공간에서 직지를 나 혼자 독차지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.
 
“11일 베르니사주(vernissage·전시회 첫날 특별 초대)가 한국 관계자들 덕분에 성황리에 이루어졌습니다. 10여 개의 한국 언론에서 제각기 서너 명씩 왔더군요. 네, 직지가 한국의 자부심이라는 거 저도 잘 알아요. 저를 포함한 BnF 관계자들에게도 자부심이죠.”
 
BnF의 이번 전시 언론 담당인 피오나는 공개 첫날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했다. 옆에 있던 도서관 경비 알리는 “12년간 여기서 일하며 그처럼 대단한 카메라 장비들은 딱 두 번 마주쳤는데, ‘아스테릭스 전시회’ 때와 이번 한국 기자들에게서였다”고 했다.
 
직지의 한국행 가능성에 대해 피오나는 다음과 같은 원론적인 답을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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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사 원문 : https://www.joongang.co.kr/article/25155496?cloc=dailymotion